수업이 시작하기 전, 오경희 강사는 파일에서 그림 한 장을 꺼내 보여주었다.
어린이가 A4용지에 연필로 나무를 그린 그림이었다. 전체적으로 분위기가 휑하고 나뭇가지는 아래로 쳐져있었다.
오 강사는 “분위기에서 아동의 심리상태가 그리 건강치 못한 것을 느낄 수 있다”며 “나뭇가지가 밑으로 처진 것은 현재 우울감과 패배의식에 젖어있다는 걸 의미한다”고 했다.
또 연필선이 겹쳐지고 뭉쳐있는 부분을 두고 “심리상황이 갈등단계에 놓여있으면 연필선의 고착부분이 많다”고 설명했다.
종이를 에너지 상태로 여기고 그 위의 모든 것이 진단의 요소로 본다고 했다.
이처럼 미술을 매개로 정서적?사회적 장애를 겪고 있는 사람을 치료하는 이들이 미술치료사다. 다른 말로 미술심리치료사라고도 한다.
송파여성문화회관 미술치료사 교실에서는 4B연필과 지우개, 흰 종이를 활용하는 미술치료사 초급과정을 다루고 있다.
오 강사는 “본인이 먼저 치료가 되어야만 상대를 이해할 수 있기 때문에 이 과정이 무척이나 중요하다”고 말했다.
수강생들은 나무, 인물화 등을 그려보고 자가진단을 통해 자아탐색의 시간을 갖는다.
오 강사는 “수업이 일주일에 한번인 이유는 자기를 알아 가는데 충분한 여유를 두기 위해서”라며 “자신이 치료되어야 객관적 치료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3분기 강좌가 개강하면서 미술치료사 교실에 참여한 최혜신씨(28?문정동)는 “나를 알아가면서 눈물을 흘리기도 한다”면서 “치유해야 할 것을 찾으면 마치 햇살이 비추는 것 같다”고 이야기했다.
“자신을 위한 시간을 기대했는데 단계 단계 배워나가면서 많은 도움이 되는 걸 느낀다”면서 “내면컨트롤에 좋아 속을 단련시켜주기 때문에 무척 중요한 시간으로 여기고 있다”고 전했다.
현재 여성회관에서는 미술치료사 초급과정만 마련해 둔 상태다.
오 강사는 “인간과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는 만큼 공부할 게 많은 분야인데, 초급을 이수하고 더 배우려는 수강생들은 김현숙 소장의 연구원에서 중, 고급 과정을 이수한 뒤 16주 임상과정을 거친다.
그리고 논문발표를 마치면 미술치료사로서 활동할 수 있는 수료자격증이 나온다”고 말했다. 하지만 민간자격증이기 때문에 형평성이 떨어수 있다고 말했다.
오 강사는 미술치료가 학문깊이에 비해 헐값에 원하거나 장삿속이 되는 경우도 많아 안타깝다며 “미술치료사는 사회적 해체예방차원에서 무척 필요하다”며 “혼잡하고 변화가 빠른 요즘 정체성 혼란을 겪는 사람들에게 보탬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