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상담을 통해 자신을 전보다 잘 이해하게 되고 타인과 보다 성숙한 방식으로 교류하며 성장해간다”는 송파여성문화회관 상담봉사자들. 강경옥, 승휘선, 김옥경,오무희, 김정희, 이광자,권문자,오경수, 김수자씨
◆부정적인 감정, 긍정적인 에너지로 바꿀 수 있어요
송파구 송파여성문화회관 4층에 있는 종합상담실의 문턱은 낮다. 상담실 문을 들어서는 순간 얼굴만 봐도 마음이 편해질 것 같은 푸근한 인상의 상담사들이 특별한 고민을 안고 찾아오는 사람들을 기다리고 있다. 자신에게 어떤 문제가 있더라도 상담실을 찾아오기까지 엄청난 용기가 필요하다는 것을 상담사들은 누구보다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이웃에게 따뜻한 미소로 기꺼이 도움의 손길을 건네는 이들은 40~50대 주부들이 주축을 이룬 송파여성문화회관 종합상담실 상담봉사자들이다. 지난 1999년 송파구 자원봉사센터 상담팀으로 출발, 2001년 송파여성문화회관 개관과 함께 종합상담실에 둥지를 튼 상담팀은 20여 명의 전문 상담사들이 지역 주민의 애환과 고충을 무료로 상담하고 있다.
상담사들은 부부갈등이나 고부갈등, 자녀문제 등의 상담은 물론 어린이와 성인의 미술치료 상담, 청소년 상담까지 도맡고 있다. 그렇다면 상담사들이 밝히는 상담의 비결은 뭘까? 상담사들은 무엇보다 내담자의 말에 공감하고 수용하는 자세로 경청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종합상담실 상담사 모임의 오경수(57) 회장은 “문제 해결의 열쇠는 내담자 스스로 쥐고 있다”며 “우리는 단지 함께 아파하며 그들의 정서를 지지해줄 뿐”이라고 입을 열었다.
상담은 내담자가 자신의 문제를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는 안목을 길러주는 동시에 상담사는 내담자가 스스로 해결책을 찾아갈 수 있도록 ‘길동무’를 자처한다는 것. 상담사 오무희(55)씨는 “상담을 하며 내 모습을 돌아보는 계기가 되어 내담자와 함께 나 자신이 성숙해가는 모습을 발견할 때 보람을 느낀다”며 “내담자의 부정적인 감정을 긍정적인 에너지로 바꿔주는 것이 상담사의 역할”이라고 밝혔다. 또한 어떠한 경우라도 의뢰인의 비밀을 발설하지 않는 것은 상담사가 기본으로 갖춰야 할 덕목이라고 전했다.
◆부모교육 등 집단상담 프로그램 펼쳐
종합상담실에서는 청소년사회봉사명령 프로그램도 운영하고 있다. 상담팀의 전문 봉사자들이 관내 중고등학교에서 징계를 받은 학생들을 대상으로 영역별 인성 프로그램으로 상담하고 봉사활동과 연계해주는 프로그램이다. 전문상담교사 정병옥(52)씨는 “해당 청소년에게 일어난 문제가 네 잘못이 아니라는 것을 먼저 인식시킬 필요가 있다”면서 “상담교사와 학생 간에 신뢰관계가 형성되면 아이들이 죄의식을 벗고 자존감을 되찾기 시작한다”고 말했다.
종합상담실은 부모워크숍, 독서치료, 성인미술치료, 아동미술치료, 성격유형검사인 MBTI(Myers-Briggs Type Indicator)와 에니어그램 등 다양한 집단상담 프로그램을 운영해 주민들의 호응을 얻고 있다. 상담사들은 11월 5일부터 12월 24일까지 매주 금요일 오전 10시 30분부터 오후 12시 30분까지 열리는 ‘부모워크숍’을 통해 집단 상담에 나선다. 이들은 가정폭력, 성폭력, 중독(컴퓨터, 알코올), 교류분석상담, 우울증 등의 주제로 특강을 펼칠 계획이다.
상담사 강경옥(47)씨는 “자녀의 행복에 부모의 역할이 크다”면서 “자녀와 대화를 할 때 칭찬과 격려를 아끼지 않는 등 꾸준한 반복과 연습이 필요하고 부모가 먼저 행복해져야 자녀도 행복한 법”이라고 강조했다.
상담사들은 정기적으로 상담 사례에 대한 토의는 물론 특강을 통해 재교육의 시간을 갖는다. 지난 4월에는 두 차례에 걸쳐 총신대 윤석규 교수를 초빙해 간단한 도형을 통해 인간의 심리를 발견하는 도형상담기법과 지난 11월 10일에는 경기대 서종남 교수로부터 다문화 사회의 이해를 통한 다문화 가정 상담에 대한 특강을 듣기도 했다.
한 달에 한 번은 신경정신과 전문의를 초빙해 교육을 받는 한편 가정상담에 필요한 법률공부도 하고 있다. 상담사들은 다양한 클럽활동을 통해 문학작품을 연구하거나 영화를 관람하며 자신들의 정서를 살찌우는 데 힘을 쏟고 있다. 상담사가 겪는 모든 경험이 폭넓은 상담의 자양분이 되기 때문이다. 김정희(45)씨는 “상담자가 아는 만큼 내담자의 고민을 볼 수 있다”며 “때문에 여러 가지 문학작품이나 사회의 이슈에 대해 다양한 관점을 함께 나누고 있으며, 이 과정에서 상담사들이 서로 버팀목이 되어 성장하는 모습을 지켜보는 일이 즐겁다”고 말했다. 본인이 처한 상황은 변하지 않았지만 상담을 받고 난 후 마음이 바뀌어 행복해졌다는 말을 들을 때 가장 보람을 느낀다는 송파여성문화회관 상담사들. 사랑받기의 가장 중요한 비밀은 바로 자신을 사랑하는 것이라는 진리를 오늘도 변함없이 일깨우고 있다.
송파여성문화회관 종합상담실문의 (02)3431-9885
조선일보 글 김찬주 리포터, 사진 한준호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