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 송파여성경력이음센터, 30~60대 상담·교육 서비스
권해정씨(40)는 매주 화요일 경기 용인시에서 서울 송파구까지 토론교육 수업을 들으러 온다. 권씨는 큰아이가 생후 8개월에 접어들며 육아를 도저히 병행할 수 없어 7년간 다니던 무역회사를 그만뒀다. 둘째까지 낳고 육아에 전념하다 큰아이가 초등학교에 들어가자 다섯 살 둘째아이를 데리고 교육 프로그램을 찾아다니다 이곳을 알게 됐다. 지난해부터 경기도의 한 초등학교에서 방과 후 독서·논술 강사로 일하는 권씨는 송파여성경력이음센터(이하 센터)에 입주한 교육 관련 기업의 소개로 올해부터는 화성시 초등학교에도 나가게 됐다.
지난 25일 오전 서울 송파구 송파여성문화회관 2층에 자리한 ‘센터’에서는 ‘캘리그래피’ ‘하브루타토론교육 강사 양성’ ‘워라밸을 위한 랜시(프리랜서+미시) 기자 양성’ 등 수업이 한창이었다. 교실마다 30~60대 여성 7~18명이 모여 수업을 들었다. 아이를 데리고 참여한 사람도 있었다. 교실 바깥에서는 전문상담사 두 명이 취업 상담을 하고 있었다.
창업자를 위해 마련된 공간에선 예비·초기 창업인들이 분주하게 움직였다.
“다시 일을 시작하려고 구인 정보지를 펴보니 막막하더라고요. 마트 계산·진열직 외에 경력을 살려 지원할 수 있는 데가 없었어요.” 어린이집 교사로 오래 일한 김선경씨(50)는 40대 중반 때 아이들을 안다가 허리를 삐끗해 일을 못하게 되면서 다른 일을 찾아 나서야 했다. 송파구민인 김씨는 “교육과 관련해 가진 경험을 나누고 싶지만 이를 살릴 수 없어 속상했다”며 “구에서 제공하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통해 잘할 수 있고 즐거운 일을 찾을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었다”고 했다. 지난해부터 동주민센터의 ‘작은도서관’ 관장을 맡은 김씨는 센터의 교육 프로그램에 계속 참여해 역량을 늘릴 생각이라고 한다.
지난해 10월 문을 연 센터는 재취업을 원하는 여성들을 위한 서비스를 종합적으로 제공한다. 취·창업 관련 교육을 제공하고 취업 상담을 통해 지역 공공기관·공공사업 관련 일자리를 안내한다.
센터에 사무실을 차리고 청소년 교육 강사 양성 사업을 하는 김선희 대표(54)는 “경력이 단절된 여성들은 재교육 없이는 재취업을 하기가 상당히 어렵다”며 “인력 수요가 있는 곳을 파악하고 그에 맞는 교육 프로그램을 개설하는 것이 센터의 큰 장점”이라고 말했다.
센터는 올해 여성 600명을 교육해 280명을 취업시키고 61명에게 창업을 지원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센터가 지난 1월 한 달간 취업상담을 하러 온 송파구 여성 307명을 대상으로 조사해 보니 40%(123명)는 유연제 근무를 선호한다고 답했다.
유민정 센터장은 “지역 특성과 구직자 욕구에 맞게 ‘송파형 여성일자리’를 제공하고자 한다”며 “마을만들기 사업 등 공공사업과 교육청, 구청 등 공공기관의 전일제·유연근무제 일자리 정보까지 모아 상담과정에서 제공한다”고 밝혔다.
센터는 자아실현의 장이기도 하다. 회관 1층에서 열리는 영어회화 수업에서 서로 알게 된 정창숙씨(57)와 박경선씨(56)는 센터가 문을 열자 이곳에서 동아리활동을 하기로 했다. “생업과 육아에 쫓기듯 30년을 살았더니 이젠 저 자신을 찾고 싶더라고요.” 정씨는 두 자녀가 성인이 되자 요리, 컴퓨터 등을 닥치는 대로 배운 끝에 영어가 적성임을 알게 됐다. 젊은 시절 영어 학습지 교사를 했던 박씨도 세 자녀를 키우며 미뤄뒀던 영어 공부를 더 하기로 했다.
[출처: 경향신문 / 최미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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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902282049005#csidx4876d8e8a69863e9901837da2245049
